기계식 키보드 키캡 실패 없이 고르는 방법

얼마 전 키보드 분위기를 바꾸려고 키캡을 골랐는데, 마음에 든 색상보다 먼저 확인할 게 꽤 많았습니다. 사진에서는 멀쩡해 보여도 스페이스바 길이가 다르거나 오른쪽 Shift 키가 맞지 않으면 몇 개를 빼고 써야 하거든요. 기계식 키보드 키캡은 색, 재질, 높이를 고르는 재미가 있지만 시작은 내 키보드의 배열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구매 전에는 키보드 배열부터 확인하기
가장 먼저 키보드 모델명과 현재 키 배열을 사진으로 남겨두면 편합니다. 일반적인 풀배열인지, 숫자 키가 빠진 텐키리스인지, 키가 더 촘촘한 75% 배열인지 확인하세요. 같은 75%라는 이름을 써도 오른쪽 Shift나 하단 열의 키 크기는 제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키캡 크기는 보통 ‘u’로 표시합니다. 문자 키 하나의 너비가 1u이고, 스페이스바에는 6.25u 같은 표기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내 키보드의 스페이스바가 6.25u인데 키캡 세트에는 7u만 들어 있다면 그 키는 끼울 수 없습니다. 오른쪽 Shift, Ctrl, Alt, Fn 키도 실제 크기와 세트 구성표를 나란히 비교하는 게 안전합니다. 키캡이 100개 넘게 들어 있다는 설명보다 필요한 크기가 빠짐없이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
Enter 키 모양도 살펴봐야 합니다. 가로로 긴 Enter 키를 쓰는 ANSI 배열과 세로로 꺾인 Enter 키를 쓰는 ISO 배열은 필요한 키캡이 다릅니다. 키크론도 키캡 제품 설명에서 두 배열의 호환 여부를 따로 안내합니다. 해외 제품 사진이 예뻐 보여도 내 키보드의 Enter 키 모양과 한영 표기 방식을 먼저 확인하면 헛구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스위치 모양이 같아도 전부 맞지는 않아요
키캡을 하나 빼서 안쪽을 보면 십자 모양의 결합부가 보일 수 있습니다. 흔히 MX 방식이라고 부르는 형태입니다. 새 키캡 설명에 ‘MX 호환’이라고 적혀 있다면 첫 조건은 맞는 셈이죠. 다만 이것만 보고 바로 주문하기엔 이릅니다. 키캡의 너비와 배열, 스페이스바 아래 지지대 위치까지 맞아야 전체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얇은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를 쓰고 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 높이 스위치용 키캡과 결합 방식이나 간섭 조건이 다를 수 있어요. 키보드 제조사가 해당 모델에 맞는 키캡을 따로 안내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구매 페이지에 내 모델명이 없더라도 맞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때는 키 하나가 맞는지만 보지 말고 키별 크기와 스위치 규격을 함께 대조해야 합니다.
ABS와 PBT는 손에 닿는 느낌으로 고르기
재질을 비교할 때 자주 보이는 이름이 ABS와 PBT입니다. ABS 키캡은 제품 선택지가 넓고 표면이 매끈한 편입니다. 오래 쓴 키의 표면이 번들거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죠. PBT는 대체로 표면이 조금 더 거칠고 사용하면서 광택이 생기는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그렇다고 PBT라면 모두 두껍고 묵직하거나 ABS라면 모두 금방 닳는 것은 아닙니다. 두께와 표면 처리에 따라 같은 재질 안에서도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글자가 만들어진 방식도 확인할 만합니다. 이중사출은 서로 다른 플라스틱 층으로 글자 모양을 만들고, 염료승화는 염료를 표면에 스며들게 합니다. 밤에 백라이트를 켜고 글자를 읽는다면 ‘투과형’ 표시가 있는지 별도로 봐야 해요. PBT나 이중사출이라는 말만으로 글자에 빛이 통과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키크론의 일부 염료승화 PBT 세트는 백라이트가 글자를 통과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키 높이와 교체 방법까지 생각하면 편해요
키캡 옆모습을 보면 줄마다 높이와 기울기가 다릅니다. 이를 프로파일이라고 부릅니다. 많이 보이는 체리와 OEM 프로파일은 높이와 윗면 모양이 서로 다르고, SA처럼 높은 형태는 책상 위에서 존재감이 큽니다. 다만 타건감과 소리는 키캡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스위치, 보강판, 키보드 내부 구조도 영향을 줍니다. 소리만 기대하고 비싼 세트를 사기보다 지금 쓰는 키캡의 높이와 비교해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교체할 때는 먼저 키보드 전체 사진을 찍어두세요. 키캡 리무버로 키를 수직에 가깝게 당기고, 긴 키는 한쪽만 세게 비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스페이스바처럼 지지대가 있는 키는 결합 상태를 보면서 천천히 빼야 합니다. 새 키캡은 문자 키 몇 개부터 끼워 높이와 촉감을 확인한 뒤 나머지로 넘어가면 작업도 한결 수월합니다.
처음 바꾼다면 화려한 색상보다 내가 매일 누르는 키들이 정확히 맞는 세트가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배열과 크기를 확인하고 재질과 높이를 고르면, 익숙한 키보드도 손에 닿는 느낌부터 새로워집니다.
